벼르고 벼르던 필름카메라 수리를 위해 조기퇴근을 하고 서울로 향했다. 오후 3시쯤 세운스퀘어에 도착해서 미리 검색을 해 두었던 @보고사라는 수리점에 방문, 이것 저것 문제점을 전달하고 카메라를 맡겼다. 약 2-3시간정도 걸린다고 하여 시간을 떼우기 위해 주변을 검색하다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아마츄어작업실이라는 호기심 당기는 카페가 있어서 네비따라 골목골목 구경하며 걸어갔다.
모처럼 미세먼지 하나없는 쾌청한 날씨에 골목은 왠지 쓸쓸해 보였다. 저녁에는 사람들로 활기가 좀 있을까라는 예상은 역시 무리일 것이다. 코로나로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고, 사진에는 없지만 골목상점 여기저기 임대표지가 붙었다.
도착했을때 사실 입구를 찾지 못했다. 마침 문을 열고 나오는 손님 덕분에 아.. 여기로 들어가면 되는군 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런 집을 판자집으로 불러야 되나, 정말 요즘에는 낡아서 새로운 것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오제도? 아마츄어작업실이 아니었나? 샵인 샵인가? 뭐 어떻든 난 여기서 시간만 떼우면 된다는 마음으로 들어가서 커피한잔 시키고 오래되서 정감이 가는 것들, 오랜만에 보는 것들을 사진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요즘 아이들은 일력을 모를것이다. 평일은 검정색, 토요일은 파란색, 일요일은 빨간색.. 국경일은 태극기가 프린트되어 있기도 했다. 한장 한장 떼어내며 하루를 시작했던 때가 있었다. 찢어낸 일력은 바로 버리기도 했지만, 모아두었다가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는데, 한 두장을 포개어 마구마구 부벼댄 뒤 화장실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화장지가 귀했던 시절이었다.
여기는 안방이었던 것 같고, 여기는 부엌, 여기는 창고.. 내부를 둘러보며 예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를 상상해 보았다. 요즘 이렇게 주택이나 오래된 건축물을 개보수해서 카페나 작업실로 꾸미는 것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시국만 아니면 이 자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사람의 작업실로 꽤나 인기가 있었을 듯 하다. 완전히 독립된 공간, 밖으로 골목풍경과 지나가는 사람구경도 하고...
커피맛은 글쎄,,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를 생각하면 가격은 착하지 않은? 이런 저런 분위기와 서울 한복판임을 생각하면 총체적으로는 한 시간을 떼우기에 괜찮았다.
사실 이런류의 인테리어는 호불호가 좀 있는 것 같다. 나는 호쪽에 가까운 편인데, 오래된 가구나 오브제 등을 보며 어릴 적에 살던 집도 떠올려 보고, 아 이 물건 우리집에도 있었는데 하며 나름 재밌는 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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